요즘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채권에 직접 투자하면서 여러 증권사 MTS에서도 채권 투자 UI를 손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채권 투자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채권 투자 전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지식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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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의 채권 투자 시대 개막
2022년 말부터 시작된 미국 연방 준비 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채권 투자가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채권은 주식 시장보다 더 큰 시장인데, 주식보다 수익률이 낮고, 2009년 금융 위기 이후 저금리가 시대의 흐름으로 자리 잡으며 개인 투자자들이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지요.
그런데 금리가 올라가며 상황이 역전됐습니다. 2023년 시작된 유례 없는 금리 인상으로 예금과 채권의 이자가 크게 높아지며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고, 비교적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우량 채권은 오히려 예금보다 더 많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안전한 투자 방법 중 하나인 채권 투자
채권이란 쉽게 말해 ‘일정 기간 돈을 빌려주고, 그 기간 동안 이자를 받은 후 만기 때 원금을 돌려받는 것을 약속한 문서’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채권은 크게 국공채와 회사채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죠.
국공채는 한국채, 미국채와 같이 국가의 신용으로 발행하는 국가채와, 지방자치단체나 한국전력공사와 같은 공공 기관에서 발행한 공채로 또 구분됩니다. 망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국가에서 원리금 지급을 보증하기에 안전성이 매우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표면 이자가 낮은 특징이 있죠.
(물론 신용이 낮은 국가에서 발행한 국채는 안전성이 낮아 이자가 높습니다.)
반면 회사채는 회사의 신용을 기반으로 발행한 증권입니다. 그래서 회사가 망하게 되면 원금을 회수하기 힘들기 때문에 국공채보단 상대적으로 위험합니다. 대신 국공채보다 높은 이자로 투자자들의 리스크를 상쇄하고 있죠.
그래서 회사채는 회사의 신용에 따라 금리가 천차만별입니다. 예를들어 삼성전자와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 당연히 삼성전자가 더 안전한 회사이므로 같은 이자라면 너도 나도 삼성전자에 돈을 빌려주려 할 것입니다. 그래서 중소기업은 투자자들에게 삼성전자보다 더 높은 이자를 제공해야만 하죠.
정리하면, 안전성이 높으면 이자가 상대적으로 낮고, 안전성이 낮으면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으로, 채권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공식이 가장 잘 적용돼 있는 투자 자산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하는 채권은 회사채가 아닌, 국공채를 기준으로 합니다.)
채권 금리의 변동 메커니즘
앞서 채권은 ‘일정 기간’ 돈을 빌려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채권은 다시 이 ‘일정 기간’에 따라 단기 채권과 장기 채권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단기 채권은 일반적으로 만기까지 2~3년 미만으로 발행된 채권, 장기 채권은 5년~10년 이상의 긴 기간을 원금 지급일로 잡은 채권입니다.
단기 채권은 짧은 기간 내에는 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장기 채권보다 안전성이 높아 일반적으로 금리가 낮습니다. 반면 장기 채권은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같은 조건이라면 단기 채권보다 더 많은 이자를 지급받습니다.
(1) 기준금리
기준금리는 모든 금리의 시작점입니다.
일반적으로 각 국가의 화폐는 은행들의 은행이라 불리는 중앙은행에서 발행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 은행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죠.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화폐는 우리가 흔히 아는 은행(신한, 국민, 하나, 농협 등)으로 가장 먼저 흘러 들어갑니다. 금융권도 중앙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기업이나 개인에게 대여를 해 주는 것이죠. 그렇다 보니, 금융권이 중앙은행으로부터 빌린 이자가 향후 예금, 채권, 대출 금리에 영향을 끼칩니다. 중앙은행에 지불하는 이자보다 더 높은 이자를 받아야 은행이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중앙은행은 보통 기준금리를 전후해 금융권에 자금을 분배하기 때문에, 기준금리는 모든 금리의 시작점이자 말 그대로 기준선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2022년 1월부터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 출처 FRED
(2) 기준금리 변화에 따른 채권 금리
위와 같은 이유로 기준금리가 변할 땐, 예금, 대출, 채권 등의 모든 금리도 함께 출렁입니다.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매달 결정하는데, 일반적으로 국가의 고용이나 물가 상태가 금리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칩니다.
2023년과 같은 급격한 물가 상승은 국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기에, 중앙은행은 물가가 오르면 기준금리를 크게 올립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도 오르기 때문에 가계와 기업의 대출이 감소합니다. 은행도 중앙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을 다시 갚고, 예금 금리를 인상해(하지만 기준 금리보단 낮게) 가계와 기업의 예금으로 경영하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시장의 돈은 마르고, 은행도 비교적 신용이 높은 곳에만 대출을 해주려 하기에 대출 문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자금이 필요한 기업은 채권을 발행합니다. 그런데 채권보다 안전한 예금 금리가 올랐으니, 투자자들이 채권 수익률에 매력을 느끼려면 높은 금리가 필수 불가결입니다. 따라서 채권 물량이 많아지는 것과 동시에 채권 금리도 올라가게 됩니다.
(3) 장기 채권 금리는 고려할 것이 조금 더 많다.
단기 채권은 만기가 짧기 때문에 비교적 기준 금리 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그러나 장기 채권은 만기가 길어 기준 금리는 물론, 인플레이션 기대, 기회 비용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지속적으로 화폐가 풀리고 물가가 상승함에 따라, 10년 뒤 1억 원의 가치는 현재 1억 원의 가치보다 훨씬 낮을 것입니다. 그런데 물가 연동 채권이 아닌 일반 채권은 만기 때 인플레이션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자는 오히려 금리 이상의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단기 금리의 변동이 없어도 물가 변동이 크다면 그에 따라 장기 채권 금리는 크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또한 채권 외 기회 비용 측면도 장기 채권 투자자에겐 고려해야 할 필수 조건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채권보단 주식의 수익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장기 채권은 한 번 사면 5년~10년 이상 자금이 묶일 수밖에 없기에, 투자자는 긴 시간 동안 주식이나 코인,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것이 더 높은 평균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선 주식과 같은 고위험 자산군도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아지기에, 투자자들은 장기 채권에 투자할 때 더 많은 이자를 요구하게 됩니다.
채권 가격의 변동
하지만 채권을 한 번 샀다고 무조건 만기까지 보유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산 채권을 원하는 투자자가 있다면 그 투자자에게 채권을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채권 거래가 가능함에 따라 채권도 시세가 형성됩니다.
(1) 기준 금리가 인상되면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기준 금리가 2%인 상황에서, 원금이 1억 원, 이자 3%, 잔존 만기가 5년 남은 채권(A)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 채권을 사면 투자자는 5년 동안 총 1,500만 원의 기대 수익률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기준 금리가 1% 인상됐습니다. 앞으로 발행되는 채권(B)은 이자가 4%가 됩니다. 위와 같은 조건이라면 투자자는 5년 동안 총 2,000만 원의 기대 수익률을 갖게 됩니다.
투자자는 당연히 (A) 채권보단 (B) 채권을 사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A) 채권을 팔기 위해선 원금보다 최소 300~400만 원은 저렴하게 매도해야 합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기준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이면 채권 비중을 줄이고, 반대로 기준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면 채권 비중을 높이는 것이 이상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금리를 예측하는 건 매우 어렵기 때문에, 보통은 자산 포트폴리오에 일정 비중을 항상 보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위기가 예상되면 채권 가격은 상승한다.
채권, 특히 국채, 특히 미국 국채와 같은 초우량 안전 채권은 안전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향후 방향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경제 위기나 전쟁 등의 큰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일반적으로 투자자는 주식이나 코인과 같은 위험 자산을 매도하고 채권이나 금과 같은 안전 자산으로 자산 비중을 조절합니다. 그래서 위기 땐 보통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채권 금리는 하락하게 됩니다.
채권 투자 전략
지금까지 말씀드렸던 채권의 특징을 미루어 본다면 채권 투자 전략은 명확합니다.
(1) 자산 포트폴리오의 일부 비중으로써 투자
금리의 향방을 맞춘다는 건 신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쟁이나 경제 위기가 언제 찾아올 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죠. 그래서 항상 전체 자산의 일부분을 채권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령 전쟁이나 경제 위기로 주식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 자산의 일부인 채권 가격이 오르면서 자산 가치의 하락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안전 성향을 가진 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60:40으로 섞는 방법이 정석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젊은 사람이라면 80:20, 또는 100% 주식 투자를 권하긴 합니다. 물론 지수 ETF와 같이 안전한 종목이어야겠죠.
(2) 금리의 큰 흐름을 타는 투자
앞서 금리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고 말씀드렸지만, 적어도 금리의 큰 방향성은 경제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3년도의 급격한 금리 인상 이후 2024년도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것을 많은 투자자가 예상했던 것 처럼요.
그럼 금리가 일정 수준 올랐을 때, 조금씩 사 모을 수 있습니다. 잔존 만기가 짧은 채권에 직접 투자를 해도 되고, 채권형 ETF를 사도 됩니다. (채권 ETF는 잠시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금리의 고점이 어디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한 번에 모든 투자금을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평균 기준으로 금리가 올랐을 때 조금씩 모아가는 방식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1~2년만 잘 버텨주면 추후 금리 인하기 때 채권 가격이 상승하며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3) 이자 수익으로써의 채권 투자
금리가 어느 정도 고점으로 올랐을 땐 채권 금리도 꽤 높습니다. 가령 2023년 안전의 대명사인 한국 전력 공사의 잔존 1년 미만 채권 금리는 무려 4.5%가 넘었습니다. 물론 금리가 계속 오르게 되면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만기가 짧기 때문에 채권을 팔지 않고 갖고 있으면 원금 손실 없이 이자 배당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운이 좋아 채권 금리가 떨어진다면 채권 가격이 올라 시세 차익을 누릴 수도 있지요.
채권 투자 ETF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도 좋지만 일반인이 안전 등급과 만기일 등을 따지며 투자하기엔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채권형 ETF를 매수해 투자하면 채권과 똑같은 효력을 가질 수 있고, 주식과 같이 내가 원하는 만큼을 오늘 사고 내일 팔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두 가지 채권 ETF를 소개드리고 오늘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1) 만기 20년 이상의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TLT
주식과 마찬가지로 종목명에 TLT를 검색하면 ETF가 하나 나옵니다. 주식 매수하듯 한 주씩 살 수 있으며 채권 가격 변동에 따라 주가도 변동됩니다.
(2) 만기 3개월 미만의 초단기 채권에 투자하는 BIL
마찬가지로 종목명에 BIL을 검색한 후 매수하면 끝납니다. BIL은 월배당을 목적으로 하고, 초단기 채권이라 금리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에 시세 차익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2024년 9월 기준 월 0.5% 이자를 생각하고 현금 파킹의 목적으로 생각하는 편이 심리적 건강에 좋습니다.
핵심 요약
- 채권은 안전 자산으로 분류된다. 특히 국채, 그 중에서도 미국 국채는 초우량 안전 자산이다.
- 채권은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다만 장기 채권은 그 외에도 고려할 것이 더 많다.
-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 안전 자산인 국채를 전체 자산에서 일정 비중으로 투자해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 꼭 채권에 직접 투자할 필요는 없고, ETF형 채권에 투자하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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